:이곳은 오니의 혈통의 일족의 거처.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일본 가옥입니다. 아름답게 개화한 붉은 매화 나무, 잔잔히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정원.
이런 분위기이지만 경비만큼은 삼엄합니다. 유독 까마귀 우는 소리가 잦은 이유는, 산짐승으로 변신한 채 숨어 있는 그의 일족들 때문이겠지요.
하급 오니: (무릎을 꿇은 채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자리를 잡는다. 부채로 입을 가리고 말한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유즈하라 히메:새로 들어온 정보라. 아버님께서도 알고 계시니, 아이야. 중요한 정보라면 그리 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일단 말해보거라. (인형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두곤 속눈썹을 늘어뜨린다.)
하급 오니: 기계 닌자, 국가의 개, 그리고... 이번에는 그 고루한 자들까지. 세 유파가 단합하여 주술 병기를 만들고 있다더군요. (하스바, 히라사카, 쿠라마를 일컫는다. 그들이 '주술' 병기를? 비웃듯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유즈하라 히메:주술 병기? 웃기지도 않는 것들이군. 우리 일족을 우습게 보는 것인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병기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이곤 하급 오니를 가만히 바라본다.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초대받지 않은 우리가 나서야지.
정보는 이게 끝이니? 내가 아는 한, 내 아이들은 이렇게 정보력이 부족하지 않을텐데.
하급 오니:붉은 소나기의 매를 보내 두었으니, 이외의 정보도 금방일 겁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유즈하라 히메:그래. 그 아이라면 잘 해내겠지. 이만 물러가라.
:그 말과 함께, 새가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도 가옥의 잔잔함은 여전하네요. 하늘에서 은은한 달빛이 미소짓습니다.
...
상급 닌자: 사나에.
:부르는 말에 고개를 들어 보면, 사무실 정면의 창에서 달빛이 반짝입니다. 역광으로 어두워진 그의 모습은 표정을 읽을 수 없네요.
카시와라기 사나에:예에. (상사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본다. 어수선한 기분으로 뒷머리를 헤집는다.)
상급 닌자: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사무실 안의 간이 골프대에서 시선을 옮기지 않는다. 골프채를 매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카시와라기 사나에:(한결같은 인간 같으니라고. 애초 별 감흥이 없던 프로젝트였던지라 무신경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충은요. 그 새 바뀐 점이라도 있습니까?
상급 닌자: 귀염성 없는 새끼. (작게 내뱉으며 웃는다.) 하스바니 쿠라마니. 연구에 협력해 주는 건 좋아, 좋다고. 그런데...
상급 닌자: (채로 땅을 두 번 치더니, 풀스윙으로 골프공을 날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날고, 맞은편 장식장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깨진다.)
쨍그랑... ...!
상급 닌자: 그런 놈들이랑 끝까지 협력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
카시와라기 사나에:(성질 드러운 새끼……. 속으로만 생각한다. 연구 같은 거엔 관심도 없다. 귀염성이니 뭐니 하며 하는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적당히 치고 빠지길 바라신다?
히라사카 국장: 말 하나는 똑바로 잘 알아듣네. 그래서 내가 널 못 버린다니까. 아아, 물론 일이 귀찮아지는 건 싫으니까.
적당히 쓰고 버릴 놈 구해다 시키는 게 일처리도 깔끔하고 좋겠지.
카시와라기 사나에:(어쨌든 그런 녀석을 구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갈무리를 하는 것도 결국 나라는 말 아닌가. 시진을 되찾는 일이 고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부수적인 것들은 역시나 귀찮고 번거롭다. 하지만 찍 소리 냈다간 방금 깨진 장식장처럼 될 테니 말하지는 않는다.) 자알 알겠습니다. 알아서 잘 할 테니 염려 마시죠.
상급 닌자: 알았으면 가 봐.
아.
(대충 장식장을 가리킨다.) 저거 치울 놈도 하나 보내 주고.
카시와라기 사나에:(대강대강 허리를 굽히는 둥 마는 둥 인사를 한다. 나보고 치우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네. 보이는 녀석 아무나 잡아서 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대답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선다.)
:적당히 소속 없는 닌자 아무나 데려다 시키라는 상사의 말에 사나에는 어떤 방식으로 닌자를 찾아보나요?
카시와라기 사나에:(?) (일단 사무실 바깥에 있는 아무나 팔을 붙잡고 말한다.) 소속.
:그리고 그것은. ... ...
조금 이전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오늘도 찾아온 밤. 히로유키는 어쩌면 조금 착잡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자의 사람'이라기에는 요 몇 주 째 들어오는 의뢰가 없었기 때문이죠.
생각없이 나온 밤거리. 공기는 참 좋네요. 어떤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요?
사와노 히로유키:(이대로 묻히는 건 아닌가. 그것도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일일 거란 느낌이 든다. 올려다 본 하늘은 여전히 맑은 기운을 품고 있었고, 총총 박혀있는 별들이 잔 걱정거리도 지워지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부수적으로 아주 조금씩이나마 들어오는 수입이 있으니, 당분간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테지.) 아, 이렇게 지워지게 된다면... 좀 더, 지금 하는 일에 집중을 해야하는 걸까.
(올려다 본 하늘을 향해 낮게 중얼거린다. 닿지 않는 물음은, 언제나 항상 나에게 되돌아 옴을 알고 있지만, 혼잣말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일상과 다름이 없다.)
:그 순간,
누군가 당신의 팔을 붙잡더니 말합니다.
"소속."
사와노 히로유키:하구레모노. 제게 소속은 없습니다. (반사적으로 말을 하게 된다. 굳은 표정으로 내 팔을 잡은 이를 마주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카시와라기 사나에:아, 그래? (시선이 마주쳤나, 아닌가. 사실 관심 없다. 소속이 있는 녀석이더라도 10초 안에 대답하지 않으면 가서 저거 좀 치우라고 시키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럼 저~기 들어가서 뭣 좀 치우고 오는 건? (방금 나왔던 사무실 쪽을 가리킨다.)
사와노 히로유키:(다짜고짜 이게 무슨 말이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상황과 대화에 눈만 몇 차례 꿈뻑이며 앞에 있는 이를 바라보다, 잡혀 있는 손을 자연스럽게 빼내고는 고개를 저어보인다.) 제가 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카시와라기 사나에:(거절할 줄이야. 뭐, 본론은 이게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 없다. 정말로 길 가던 하구레모노가 바로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아주 좋은 타이밍이다. 이 녀석을 잘 구슬리는 게 관건이겠네. 가벼운 웃음을 얼굴에 걸고 권유하듯 말한다.) 그렇다면 히라사카의 의뢰는 어떻지?
하구레모노, 네게는 구미가 당길 일일텐데.
사와노 히로유키:(이전, 하늘의 별을 향해 말을 나눌 말동무 정도는 만나고 싶다고 했었지, 길거리 캐스팅마냥 일거리를 달라는 바람을 말한 적은 없었다. 말로만 뱉어낸 것에 사람이 의심조차 않고 어쩜 이렇게 태연자약하게 의뢰를 줄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 들어 상대에게서 한 발 뒤로 떨어져 거리를 더욱 벌렸다.) 제가 하구레모노라는 확신은? 그리고, 당신이 히라사카에 소속된 이임을 제가 어찌 확인할 수 있습니까?
(닌자로서의 가치를 잃는 것을 상상한 적이 더럿 있다. 이대로 일반인처럼 지내게 되는 것을 희망한 적도 있지만, 이렇듯 의뢰와, 임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잊고 지워지길 바랐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닌자의 피가 들끓어 스스로의 기분을 미묘하게 만들어간다.)
카시와라기 사나에:흠. (이 즈음 있을 텐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들고 다니던 사원증 비스름한 한 것을 꺼내서 보여준다. 뱀 같은 얼굴로 혀를 내밀어 짧게 메롱, 하며 짧게 당신을 약 올리는 행위도 잊지 않았다.) 이거면 돼?
(곧바로 다시 사원증을 집어넣고 잡았던 팔을 놓는다. 이것까지 보여줬는데 구미가 당기지 않을 하구레모노가 있을 리 있나. 있다면 그 녀석이 돌연변이 같은 거겠지. 제 앞에 있는 그가 그런 이레귤러는 아니길 바라며, 으레 하던 듯 심기를 거스를 만한 말을 내뱉었다.) 하하, 무슨 소린지. 네가 왜 하구레모노가 아니야?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그런 멍청한 표정으로 하늘이나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게 하구레모노가 아니면 또 누가 있겠어. 그리고 네 입으로 직접 시인했잖아. 민간인이 그 이름을 알 턱이 있나.
이래도 발뺌할 거라면, 빨리 이곳에서 사라져. 너처럼 귀찮게 입씨름 안 하고 넙죽 받을 녀석이 수두룩하니까. (벌레 쫓듯 손을 휙휙 젓는다.)
사와노 히로유키:(짧은 순간이었지만 히라사키의 명칭이 금박으로 쓰여있고, 그 아래에 인장까지 찍혀있는 것이 눈에 제대로 보였다. 절대, 위조할 수 없는 사원증을 보며 이런 우연에 속으로 감탄까지 터질 뻔 했다.) 눈썰미가 매우 날카로운 분이시군요. 맞습니다. 알아보신 그대로예요. 거기다... 상황도 상황인지라 뭐든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이해해주시겠지요? (이건 정말 우연이 맞을까.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시 앞에 있는 여인을 응시했다.) 마침, 제겐 아무런 임무도 없는 상태였죠. 히라사카에서 내리는 임무라면 거짓도 없을 터, 들어보겠습니다.
카시와라기 사나에:(급 공손해진 것 같은 태도를 보고 가감 없이 웃는다. 상황이 상황이라는 말은, 그만큼 의뢰에 목이 말라있다는 이야기겠지. 난 정말 운이 좋다. 물론 이번 의뢰를 받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쉽게 설득될 녀석이 때마침 나타나 주다니.) 별 일 아니야. 시진을 되찾아 와주면 돼. 정말 간단하지? (어서 수락하라는 눈.)
사와노 히로유키:(우연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밤과, 이런 상황에, 이런 사람을 만나 이런 의뢰를 받다니.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지만, 이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뢰를 수락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금빛 눈동자가 달빛에 반짝입니다.
아키라:하하, 재밌는 일을 꾸미고 있네~? (달빛과 적막을 고요 삼아 그늘 밑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는다. 첨예하게 번득이는 눈을 초승달처럼 휘어 웃으며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
시진:...
(천장이 높고 꽤나 넓은 방 안. 낡고 해진 동화책을 들고 앉아 있다.) 선생님.
센슈 치하루:그쪽, 엔지오 그라피 준비하고. 시진이 부르니 일단 들어가겠어.
(마스크를 올리며 버튼을 누른다) 그래. 무슨 일이지?
시진:밖에 나가고 싶어요. 한 번만요.
센슈 치하루:또 누가 하늘에 관한 이야기를 헀습니까?
시진:... ... (동화책을 쥔 손에 꾸욱, 힘이 들어간다.) 치하루 선생님.
동화 속에서만 살기에는 저도, 이제 너무 커버렸는걸요. 바깥 세상을 보게 해 주세요.
센슈 치하루:전에도 이야기 했을 텐데. 당신이 보는 세상은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무의미한 날짜 표시를 보여준다) 이것들을 모두 채우면 하늘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했었죠.
(천천히 다가가 시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습니다)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디자고.
시진:(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묵묵히 쓰다듬어지며 고개를 떨궈 닳고 닳은 페이지로 시선을 옮긴다. 인어공주.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 ...응, 알았어요.
바다는요. 하늘처럼 넓은가요? 책에서 보면... 아주 푸르고, 아주아주 많은 물이 가득 차 있대요.
센슈 치하루:(치하루는 이빨로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는다. 기계였다면 이런 투정 따위도 부리지 않았을 텐데. 시진의 유대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승진에 꽤나 좋은 요소였지만, 정말 불필요하게 들어갈 것들이 많았다) 바다는... (삽화를 가만 들여다본다)
커다란 생수통이죠. 일종의.
센슈 치하루:... (잠깐 답을 고민하더니) 적어도 당신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시진:그렇구나. 매일 똑같은 걸 묻는 것 같네. 죄송해요. 선생님은 바쁜 사람인데, 제가 귀찮게 구는 거죠.
센슈 치하루:(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허리를 숙여 시진과 눈을 맞추고 애써 눈을 휘어 웃습니다) 한참 궁금할 때가 많을 때인 걸요. 하나의 사람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은 무궁무진 하다고 했었듯, 언제든 물어봐도 좋아요.
하지만 지금은... 밖에서 절 부르는군요. 잠시 다녀와도 될까요?
시진:(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아.
하나만 더 물어보고 싶어요.
센슈 치하루:(고개를 끄덕인다)
시진:(주술 병기, 실험체, 아이... 저것.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는 이런 것들뿐이었다.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치하루 선생님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센슈 치하루:일종의 미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얼굴을 굳히다, 이내 웃음을 터트린다) 미래죠. 그래. 아주 소중한 것. 시진, 여기서 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걸 꼭 기억해두세요.
시진:미래. ...그렇구나. 나한테 선생님은 세상의 전부인데. 치하루 선생님이 말해 주지 않는 세상은 제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재밌는 대답인 것 같아요. (힘없이 미소짓는다.)
안녕히 가세요.
센슈 치하루:(늘 그렇듯 인사 없이 등을 돌리고 문을 나선다. 문이 닫히자 함께 바라보던 연구원들에게 시진에 대한 관찰 기록을 올리라는 명을 한 뒤 자리를 떠난다)
시진:... ... (잠시 치하루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다가, 동화의 페이지를 넘긴다.)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한 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답니다.
...
까마귀의 불길한 울음소리.
달이 걸린 처마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검지 위로 한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드네요. 반짝이는 금빛 눈동자가 보석이라도 되는 줄 알았던 걸까요.
아키라:(검은 시선을 마주한다. 까마귀의 부리를 톡톡, 건드린다.) 이번엔 무슨 일?
아하하.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재밌는 일을 가지고 온 모양이야, 그렇지?
쿠로: 내가 멋있는 척 좀 하면 어디가 덧나나, 아키라 씨? (날개를 펼치자 그 크기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다.)
쿠로: 이번에 '아가씨' 쪽으로 협력할 생각인 것 같던데. (유즈하라를 지칭하는 모양이다.)
아키라:어디가 덧나지. 멋 부리는 건 내 유일한 특기인데, 그걸 샘내다니 너무해~ (낮은 웃음을 흘리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형상을 변화시키는 그를 손끝으로 툭 민다.)
아키라:으응, ‘아가씨’라. 그래,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중인지는 대략 알 것 같네. 오는 길에도 제법 재밌는 이야기를 엿들었거든.
쿠로: 엿듣는 게 네 특기니까. ...아무튼 '그거' 말이야. 그대로 놔두면 안 되는 거 알지? 너도 꽤나 진한 피를 이은 걸로 알고 있는데. ... ...
아키라:걱정도 많으셔라. 멍청한 것들이 제까짓 ‘주술 무기’를 만들어 봤자 그 효력이 얼마나 발하겠어? (쇠 긁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아니면, 나를 ‘그것’에게 빼앗길까 봐 질투라도 하는 거야~?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깔끔하게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쿠로: (질투라는 말에 잠시 픽, 웃더니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 버린다.) 그래, 뭐어. 네 걱정을 한 내가 바보일지도. 질투는 무슨. 자빠지는 게 보고 싶었으면 보고 싶었지, 내가?
간다. 재밌는 일 있으면 불러 줘.
아키라:쿠로도 차암, 장단 맞춰 주는 거 정말 못해. 이래서 센스 없는 까마귀 친구들이랑은 말을 섞기가 싫어요. (뒤돌아 선 그를 향해 메롱한다. 다 들릴 법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인다.) 가다가 넘어져라.
:대답이라도 하는 듯, 날개 소리와 함께 까마귀 울음 소리가 한 동안 그 일대를 가득 채웁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 달빛의 숨을 막아 버리는군요.
...
이곳은 하스바닌군의 연구소가 있는 일대. 민간인들에게는 평범한 제약회사로 알려져있지만, 빌딩의 초고층에서는 낮의 인간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푸르네요. 태양빛을 반사하는 유리가 번쩍거리는 것이,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숨을 그림자 한 점 조차 없는 낮이지만, 그건 히로유키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쿠라마신류'에서 크게 이름을 날리던 수준급의 닌자였으니까요.
일을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었던 그는 변장술과 은폐술을 이용해 시진의 거처로 접근하는 것을 성공했습니다.
:이 문 너머에 목표물이 있습니다.
사와노 히로유키:(안의 기척을 살펴보고는 문을 열고 조심히 들어간다.)
시진? (들었던 이름을 불러보며 문을 조용히 닫고는 천천히 다가간다.) 너를 해칠 생각은 없어. 네게 위해를 가할 이유로 찾아온 것도 아니고... 난 너를 데리러 왔을 뿐이란다.
시진:...선생님?
:순간 소녀는 뒤를 돌고, 그 투명한 눈동자가 당신을 눈에 담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조금 놀란 것인지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군요.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맞닿은 채 시간이 흐릅니다.
사와노 히로유키:(일몰? 노을과도 흡사한, 붉은 눈망울을 가진 시진을 얼마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없다. 핫,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시진의 눈동자에 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비칠 정도였으니.) 난,
(생각보다 행동이 더 빨랐다. 주의해야 했는데. 조심해야 했는데. 이미 손은 시진의 작은 손을 잡은 후였다.)
시진:누구, 누구세요... ...? (놀란 표정이지만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반 쯤 섞인 눈동자 위로 히로유키의 모습만이 가득 차올랐다.)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올라오는 길에 부착해 놓은 폭탄이 하나 둘 경보를 울리기 시작합니다. 시진이 오랜 시간 갖혀 있었던 유리로 된 새장이 일순간 찬란한 빛을 내며 부서집니다.
반짝이는 별가루 같은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짐과 동시에, 오늘따라 유난히 밝았던 하늘이 두 사람을 감싸 안습니다.
뒤늦게 울리는 경보에 시진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도착해 보면.
시진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것은, 처참하게 부서진 벽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낡은 동화책뿐이었습니다.
센슈 치하루:(큰 소음과 울리는 붉은 사이렌. 온갖 기계들과 함께 시진의 방으로 우선 향합니다. 이미 뚫린 벽을 임시 수리 중인 기계들이 눈에 띄고, 그 사이로 텅 빈 방과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망할... (꺠진 유리 조각을 잘근잘근 밟아 동화책을 집어들고, 뒷 주머니에 넣어둔 통신 장치를 집어 들어 명령을 합니다. 모든 기기 소집. 목표는 시진 수색 및 회수)
(동화책의 마지막 장이 찢긴 채 바람에 팔랑팔랑 날린다)
찢어진 페이지 구석에 누군가가 적어 놓은 문장이 눈에 띈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게 아니야. 지느러미를 벗어 던지고 하늘로 날아가 자유로워진 거야.'
그시각, 히로유키의 도주 소식은 사나에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카시와라기 사나에:(생각보다 금방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뭐? 뭐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이 하구레모노가 지금 누구 엿 먹이는 거야? 미쳤나. 그 정도의 배짱은 없을 것 같이 보였는데. 서둘러 제 장비와 물품들을 챙긴다. 이 일이 새어나가면 깨지는 건 정말로 제 머리통이 될 것이다. 한시 바삐 움직여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채비를 하고 나선다.)
:히메에게도 위의 소식이 전해집니다. 아주 흥미로운 새 정보와 함께 말이죠.
유즈하라 히메:그래, 시진이 탈출했다고? 그냥 모르모트는 아니었나보구나. 쥐도 바깥세상이 그리워질때가 있는 법이지. 허나. (마시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두곤 인형을 하나 집어든다.) 그 쥐가 인간이 될 수는 없는 법이야.
자, 숨바꼭질을 하자꾸나. 어린 쥐야. (인형에게 숨결을 불어넣곤 게다의 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택의 정원을 거쳐 대문으로 향한다.)
:여러분은 그렇게 히로유키의 뒤를 추적합니다.
같은 타깃을 두고 움직이기 때문일까요. 어느정도 동선이 겹치기 시작할 무렵, 네 사람 앞에 갈색 머리칼을 가진 젊은 여자가 나타납니다.
이산호:다들 그 녀석을 찾는 모양이네.
카시와라기 사나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쳐다본다.) 누구?
센슈 치하루:(어깨 위의 기계가 귓바퀴에 꽂아둔 작은 기계에 삐- 삐- 하는 작은 소리를 전달합니다)
유즈하라 히메:난 이런 아이를 수하로 둔적은 없는데...
아키라:(아주 머얼리, 나무에 걸터앉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들을 지켜본다. 재밌어, 재밌어.)
센슈 치하루:(아, 닌자들이군)
이산호:쉽지 않을걸. 혈의 맹세라고 불리는 유파의 규율을 깨고 그곳으로부터 도망친 아이니까 말이야. (네 사람을 스윽, 흝어 보더니 잠시 사나에에게 시선이 머무른다.) 특히 마음이 급하겠네.
누구든 좋으니까 그 녀석을 붙잡아 줬으면 좋겠는데. 분발해 달라고.
카시와라기 사나에:(제게 와닿는 시선을 달갑지 않게 여겼으나 내색하지 않는다. 웃는 낯으로 말한다.) 정말~ 웬 오지랖이람. 나는 누구냐고 물어본 것 같은데.
유즈하라 히메:모르모트가 도망쳐 봤자..어디까지 가려나. 일단 네 정체부터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어? 누구냐.
이산호:그건 알 필요 없고, 자. (모두에게 인법이 걸린 쪽지를 표창처럼 넘겨 준다.) 그 정도도 못 풀 거면 잡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만만치 않은 녀석이니까 말이야.
... ...대체 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그럼, 안녕~
카시와라기 사나에:(넘겨받은 쪽지를 흘겨본다. 이게 뭐지?)
유즈하라 히메:무례하기 짝이 없는 아이구나. (인상을 살짝 찡그리곤 쪽지를 가만히 보다가 바닥에 던져 짓밟는다.)
센슈 치하루:(넘겨 받은 쪽지를 왼손에 들고, 장치와 연결된 장갑을 오른손에 끼운다. 손가락을 이용해 문자를 기계에 입력한다)
무례하기는 누구도 만만찮은데.
유즈하라 히메:하스바닌군의 아이구나. 그쪽에서 할말은 아닌듯 한데.. 인간이길 포기한 너희들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 (흐응,하고 넘겨 짚더니 앞으로 걸어나간다.)
센슈 치하루:오늘은 당신한테 재미를 좀 볼 수 없는 걸 아쉽게 생각하는데. 그쪽들도 시진을 쫒고 있나봐?
:쪽지에는 인법이 걸려 있습니다. 조사술로 판정해 성공 시 PC1의 거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히메의 경우, 까마귀가 정보를 가져다 준 것으로 대체합니다.)
센슈 치하루:딱 보아하니 이쪽은 오니. 저쪽은... 아주 바지런하게 생긴 게.
카시와라기 사나에:(고개를 가만히 기울인다.) 바지런하게 생겼다는 게 혹시 내 얘기인가?
유즈하라 히메:그래. 가엾은 쥐를 쫓고 있지. 뭐어...그저 흥미지만.
센슈 치하루:
센슈 치하루 굴림 조사술
12
목표치: 7
유즈하라 히메:배 좀 아프겠어? 공들여 만든 주술..(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기모노로 입가를 가리고 킥킥 웃곤 내린다.) 아아. 오랜만에 웃어봤어. 주술 병기를 놓쳐서.
센슈 치하루: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히스바닌군의 특징 아니겠어?
유즈하라 히메:
유즈하라 히메 굴림 조사술
11
목표치: 7
카시와라기 사나에:
카시와라기 사나에 굴림 조사술
6
목표치: 9
(난 이리보고 저리 봐도 모르겠다.)
센슈 치하루:잘 됐지. 어디에 쓸만한지도 알아볼겸. 이렇게 좋은 실험체도 하나 더 찾고.
유즈하라 히메:나를 말하는 것이라면 입 조심하는게 좋을게야. 그 몸뚱아리가 언제 토막이 날지 모르잖아? 철과 살을 발라내는 것또한 나의 특기라서.
센슈 치하루:어련하시겠어. 거기, 정부의 개는 뭐 아는 거 없나?
(귓가에 기계가 자꾸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 인상을 씁니다)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있기라도 하나?
카시와라기 사나에:나는~ 이런 정보전을 그리 잘하지 못 해서. (이리저리 오가는 말들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런 신경전은 피곤하고 귀찮다.)
아키라:(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손바닥에 올려진 붉은 나무 열매를 하나씩 집어 먹는다. 그들 중에서도 아가씨를 기민하게 쳐다보다가, 아주 가볍게 나무에서 스르륵 떨어져 그들 앞에 착지한다.) 얍.
안녕~ 오늘 날씨가 좋네!
유즈하라 히메:(별 대수롭게 신경쓰지 않고 아키라를 곁눈질로 잠시간 보다 고개를 돌린다.) 그래. 숨바꼭질을 하기 좋은 날씨지.
센슈 치하루:(바닥을 발로 두번 찍어 신발 창 아래의 시계를 하나 뽑아둡니다) 이거, 이거. 라이벌이 꽤 많은데.
(기계요)
유즈하라 히메:쓸데없는 신경전은 이쯤 하도록 하죠. 피차 입장은 같으니.
카시와라기 사나에:(딱 봐도 오니, 그리고 또 오니, 정부의 개 운운하는 건 공학자겠네.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고개를 다시 반대로 기울여 상황을 살핀다.)
센슈 치하루:(분석 결과를 귓가의 기계로 전해 받고 등을 돌려 자리를 뜹니다)
아키라:어라, 숨바꼭질? 술래는 누구이려나. (싱글벙글 웃으며 유즈하라에게 다가가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보인다.) 혹시, 이거 필요하지 않아?
유즈하라 히메:그래. 필요한 참이었지. 술래는..글쎄. 수많은 술래가 있는듯 하구나. 너도 그 아이를 쫓는 거겠지. (카드 한장을 손가락으로 가져가곤 손을 올려 뺨을 살짝 쓸어준다.) 방해는 용서치 않아. 그 예쁜 얼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렴.
(카드를 받아 들어 한 손으로 펼치며 뒤를 돌아 게다 소리를 내며 앞서 걸어간다.)
아키라:아하하하~ 망가트릴 자신은 있고? 정말 맹랑한 아가씨라니까. (기척 없이 앞으로 나아간 유즈하라의 뒤를 쫓아 도로 카드를 빼앗아 든다. 카드를 뒤집으면 아무 내용도 없는 백지. 입으로 후, 하고 바람을 불자 카드는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린다.) 아가씨가 지녀야 할 카드는 다름 아닌 나야. 나와 동행하자.
유즈하라 히메:동행? (백지인 카드를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리다가 흠,하고 숨을 내뱉는다.) 네가 가진 패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겠지.
아키라:하구레모노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
나를 데려가. 혼자는 심심하단 말이야.
유즈하라 히메:꽤 어리광쟁이구나. 나쁘지 않아. (입꼬리가 슬 올라간다. 살아있는 인형도...하나쯤은.) 그래, 아이야. 같이 가자꾸나. 안내하렴. 네 이름은?
아키라:아키라. 하지만 이름으로 부르지는 마. 난 이 이름을 싫어하거든! (퍽 즐거운 듯 깔깔거리며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이 길을 따라오라는 듯, 길 위에 붉은 열매가 듬성듬성 놓여 있다.)
유즈하라 히메: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이는 또 처음이네. (열매를 따라 걸어가며 미소짓는다. 마음에 드는 인형을 가진 어린아이의 표정마냥.)
:...
다섯 명의 닌자가 그를 추적할 때 쯤. ... ...
삼엄한 빌딩 숲을 지난 두 사람은 잠시 멈춰섰습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일는 바람속에 처음 본 세상은 이것도 저것도 신기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시진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히로유키를 올려다봅니다.
시진:언니는, 나를 구하러 와 준 거구나.
사와노 히로유키:(아까 그 이후로, 눈동자를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어서 시진의 시선을 피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의도가 달라졌다. 왜, 나는. 시진을 데리고, 임무를 벗어난 이런 행동을 한 걸까.) 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입을 몇 번이고 달싹인 끝에야 버릇처럼 하늘 위를 올려다본다.) 좁디 좁은 공간에만 갇혀 지냈을 네게, 이 하늘을. 이 구름과, 볕과. 이 공기와 바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그게 네게는 그렇게 보였을까. (시선은 여전히 마주하지 못하지만 잡고 있는 손은 더욱 꾹 잡는다.) 너는 내가 널 구하러 와 준 사람이길 바라는 거니?
시진:처음 내게 하늘을 보여준 사람인걸. (하늘에 손을 뻗어 본다. 절대 닿지 않을 먼 대기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온갖 반짝이는 걸 모두 모아다 준대도 나는 이 하늘이 더 좋아.
언니, 있잖아.
나... 바다가 보고 싶어요.
데려가 주지 않을래?
사와노 히로유키:바다? (그 말에 시진의 얼굴을 바라본다. 잡고 있는 손의 반대편을 하늘 위에 뻗은 작은 손이 가녀리게만 보인다. 머금은 미소에, 포근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이 하늘도, 구름도. 바다 위의 바다란 것을, 넌 알고 있어?
가자. 바다와, 바다를 보여줄게.
:프라이즈, 시진을 획득합니다.
사와노 히로유키:하늘과 바다는, 닿아있지 않지만 닿아있게 되는 지평선의 경계를 보여줄게. 무척 아름다울 거야.
시진:... ...응.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진의 흐릿한 기억 너머, 언젠가 보았던 바다가 떠오릅니다. 기억술로 감정 판정.
시진:
시진 굴림 기억술
9
목표치: 5
:성공. 두 사람은 1D6을 굴려 서로에게 감정을 획득해 주세요.
사와노 히로유키:(시진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 다른 이들의 추격이 곧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 밝은 웃음을 어떻게 해야 지켜줄 수 있을까. 방해꾼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되도록 늦지 않게. 편안한 그런 풍경을 시진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다.)
:4. 충성/모멸. 5. 동경/열등감.
시진:(바람에 흩날리는 푸른 머리카락을 본다. 바다의 흔들림도 이렇게 아름다울까. 동경의 감정을 갖는다.)
사와노 히로유키:(어떤 자유도 없이 갇혀만 있었을 시진. 그 공허한 공간 속에서, 홀로 어떤 감정과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었던 걸까. 하늘의 색과 닮았던 붉은 노을의 눈동자와, 구름과 같았던 맑은 웃음이 눈 앞에 아지랑이처럼 닿아왔다. 이젠 그 누구도, 너를 잡아가지 못하도록, 네게 자유가 주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네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는 네가 바라는 모든 부분에 충성 하기로 다짐했다.)